허리에서 왕노릇의 고단함을 읽을수 있다면 지나친 말일까? 대한민국 국민이면 가장 위대한 성군으로 세종대왕을 꼽지만 재위시 그가 느낀 신체적 고통은 절절하다. 세종은 걸어 다니는 종합병원으로 잘 알려져 있지만 요통으로도 많은 고통을 받았다. 세종 16년 11월 중국의 사신 세명에게 전별연을 열었으나 막상 본인은 요통으로 참석하지 못하였다.17년에도 거의 같은 원인으로 불참하였다.“내가 궁중에 있을 때에는 조금 불편하기는 하나 예(禮)는 행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였더니, 지금 여기에 와서는 허리와 등이 굳고 꼿꼿하여 굽혔다 폈다 하기가 어렵다.” 요통 이전에도 풍냉이나 풍질등 허리 다리등 관절질환과 관련된 질병들로 편찮았다는 기록들이 재위 8년, 9년등 여러차례 기록되어 있다. 당대의 의관들은 이런 질병의 원인을 스트레스로 파악하였다. 세종 7년 궁중에서는 관을 짜서 준비할 정도로 심각한 질병에 걸렸다.요동의원 하양이 진맥하여 이렇게 진단하였다.“전하의 병환이 상부(上部)는 성하고, 하부는 허(虛)한 것은 정신적으로 과로한 때문이다.” 성리학을 국가이념으로 숭배한 조선의 왕은 수양을 통해 자신을 성인의 경지에 이르도록 인격을 완성하고 왕다운 왕노릇을 해야만 했다.세종은 인격적 완성을 통해 위대한 성군이 되었을지는 모르지만 신체는 스트레스를 정확히 질병으로 보여주었다.심지어는 動身言語라는 질병으로 고통받았는데 말을 하면 모든 근육이 찌르는 듯이 아파 몇일동안 정무를 중단할 정도였다.지금의 근막통증증후군으로 현대의학적 기준으로 스트레스 후유증으로 야기되는 질환이다.질병은 어쩌면 역사기록보다 더 정확히 왕의 몸과 마음을 표현한지도 모른다. 왕의 요통은 어떻게 치료하였을까 승정원일기는 요통에 관한 기록만 250번 가량 기록되어 있다. 인조,효종,현종,숙종등이 앓았던 증후에 대한 진단,증상,치료에 대해 상세하게 기록하였다. 특히 숙종의 경우는 두 번이나 낙상을 입어 다리가 당기고 아프며 통증이 좌우로 옮겨 다니며 잠을 잘수 없는 등 현대의 요통과 비숫한 증상을 호소한다. 어의들은 수차례 침뜸으로 치료하는데 요안혈을 가장 주목하여 치료한다. 척추는 S자로 커브를 그린다고 하지만 사실 3차례 굽어져 스프링처럼 강력한 텐션을 유지하고 있다.텐션의 중심작용을 하는 것이 요안혈이고 여기에 자극을 주면 허리가 건강해진다는 것이 한의학적 사유다. 요안혈 요안혈의 위치는 척추뼈와 엉덩이뼈가 만나는 움푹 들어간 부위다.허리를 손으로 잡고 조르면 느껴지는 뼈가 장골인데, 이뼈를 기준으로 수평하게 선을 그으면 되는 부위에서 움푹 들어간 곳이 요안혈이다. 안마를 해 줄 경우 대맥(带脉)을 소통시켜 줌과 동시에 강장요척(强壮腰脊) 작용으로 허리가 튼튼해지고 곧아진다. 허리처방에는 대부분 두충이 들어가는데 ,특히 인조나 효종의 부인인 명성왕후의 요통에는 두충이라는 약재가 중심약재로 들어가 있다. 두충은 20년된 나무의 껍질을 사용하는데 반드시 볶아서 사용한다. 볶으면 두충교질이 파괴되어 유효성분이 잘 나온다.두충 껍질속에는 하얀 실이 견고하게 얽혀서 당기고 있으며 어느곳을 꺽어도 모두 빽빽하게 퍼져 있다.아러한 실이 근골과 피육을 척추속에 붙이는 작용을 한다. 보통 생강즙으로 축여 볶아서 가루 내어 빈속에 술로 1돈씩 먹는다.소변이 방울방울 떨어지는 전립선질환을 치료하는 것은 덤이다.